
세벌식을 아시나요.
올해를 끝으로 ‘세벌식 사랑 모임’이 문을 닫는다. 세벌식이란 키보드를 만드는 모양새 중 하나를 말한다. 세벌식 자판은 넓은 의미로는 첫소리(초성)·가운뎃소리(중성)·끝소리(종성)가 서로 다른 글쇠에 배열되어 있는 한글 입력 방식들을 총칭하며, 좁게 말하면 지난 49년 공병우 박사가 수동식 타자기를 개발하면서 만든 자판을 뜻한다. 이 자판은 공 박사의 사설 문화단체인 한글문화원에서 91년 세벌식 최종 자판을 발표할 때까지 계속 개량돼 왔다.
그간 두벌식 자판이 표준으로 지정된 이래 세벌식 옹호자들은 복수의 표준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세벌식 자판은 초·중·종성을 따로 입력하기 때문에 자판의 효율을 높이기 쉽고 두벌식 자판에서 발생하는 ‘도깨비불’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도깨비불 현상이란 곧 초성이 될 자음이 종성에 먼저 붙는 것을 뜻한다. 자음이 종성인지 초성인지 알 수 없어서 우선 종성으로 간주해 아래에 붙었다가 다음 입력이 모음이면 초성자리로 옮겨 붙는 현상으로 실제 보이는 것과 인지하는 글쇠가 일치하지 않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외에도 세벌식 최종은 글자판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기계에서 같은 입력 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며, 속기용 한글 입력 방식을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입력 속도를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도 두벌식을 사용하지만 배열이 다른 표준을 사용하기에 두벌식의 공동표준이 불가능한 만큼 통합 세벌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나온다. 기계식 타자기 뿐만 아니라 텔레타이프, 전동 타자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입력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두벌식 자판에 비해 종성을 위한 글쇠가 따로 배치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타자에 사용되는 글쇠수가 많은 편이다.
딱 2000년대 중반까지 표준 얘기들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젠 세벌식 사랑 모임마저 사라지는 것을 보니 정말로 세월이 흘렀음을 알겠다. 세벌식 키보드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손? 해보면 얼마나 나올까. 정말로 이젠 안녕이구나 세벌식.
PS> 세벌식은 ‘삼벌식’이라고도 하지만, 세벌식 사용자들은 물건을 셀 때는 ‘삼 벌’이 아니라 ‘세 벌’이라고 해야 어법에 맞다는 이유로 ‘세벌식’을 권장한다.
PS> 공 박사의 세벌식 자판을 바탕으로 기호를 더 추가한 세벌식 390이나 한글 입력에 Shift 키를 사용하지 않는 세벌식 순아래 자판이 개발됐다. 이와는 별도로 2003년에는 안마태 신부가 처음부터 새로 만든 다른 형태의 세 벌 자판인 안마태 자판도 있다.
덧글
또 사실 일정타수가 넘어가면 필요로 하는 속도 정도는 두벌식과 세벌식 차이가 얼마 않나는데
누가 바꾸려고 하게어요..(한글창제 이념이 중요한게 아니라 능률이 중요한겁니다..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은)
또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은 영문전환을 해야하기 때문에 세벌식이 불편할수 밖에 없죠...
dvorak을 생각나게 하는 세벌식이네요..
능률이 중요하니까 두벌식이 좋다는거는 모순이죠.
두벌식은 불편하지만 익숙한겁니다.
세벌식이 너무 편한 사람입니다. 벌써 세벌식을 쓴지도 18년 째군요.
아쉽네요...
회사에서 다른사람이 제 컴을 못쓰는 장점도 있습니다. ^^
한 때 세벌식을 배웠고 지금도 쓰고 싶은데...
사실 두벌식보다 세벌식을 훨씬 짧은 기간 동안 썼지만 아직도 좋다는 기억만 남아있네요.
사용하면서, 쓸 때는 정말 편했지만, 세벌식으로 바꾸고 돌려놓고 다른 컴퓨터 사용할 때 불편하고...
괴로웠습니다. 왜 두벌식이 표준이 되어버린겁니까!!
정말 정말, 세벌식이 표준화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벌식이 진짜 자판이에요.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입력장치가 소형화되는 것도 있고, 궁극의 이유 전환의 불편함 때문에 두벌식으로 되돌아오게 되어버렸어요.;;
타자기가 없어져도 컴퓨터에서 세벌식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세벌사랑모임 없어져도 세벌식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