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군의 WOW 이야기 : 전사의 혼, 전사의 검 1 [불타는 성전] 게임

1.
이것은 전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싸웠던 두 잉여의 장대한 삽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2.
「불타는 평원. 이곳의 뾰족한 봉우리들에서는 카즈 모단의 산맥들과는 달리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 저주받은 봉우리들의 모습은 그들을 기괴하게 변형시켰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양의 바위가 화산이 생성되며 녹아버렸고 그것은 용암으로 흘러내리며 주변의 지형을 영원히 망가뜨렸다. 이곳의 봉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검은 바위 첨탑은 그 깎아지른 듯한 험준함과 황폐함으로 주변에 공포를 자아낸다. 불타는 평원의 다른 지역은 라그나로스의 소환으로 인해 생긴 피해를 점차 복구해 나가고 있지만 첨탑의 주변은 여전히 황폐할 따름이다.

프랭크론 포지라이트는 라그나로스의 소환으로 생성된 검은 바위 첨탑을 드워프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삼기 위해 이 거대한 요새를 건설했다. 검은 용군단을 이끄는 데스윙의 아들 네파리우스는 갑작스런 기습을 통해 검은 무쇠 드워프들을 아래쪽으로 몰아낸 뒤 이 요새를 차지했다. 그는 아직 라그나로스의 세력이 지배하는 검은 바위 나락까지 차지할 힘은 기르지 못한 듯하다. 검은 무쇠 드워프들은 식은 용암을 조각해 요새의 장식으로 삼았는데, 이는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작열하는 교각(*주1)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 건축물은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띠며 불길한 느낌을 준다. 용들은 여행자들을 공격하는 것을 즐기므로 이 곳을 지날 때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주1) 작열하는 교각에 대하여 : 검은 바위 첨탑과 나락으로 통하는 길을 잇는 이 거대한 다리는 가히 엄청난 건축물이라 인정치 아니할 수 없다. 이것은 부글부글 끓는 용암의 위를 지나고 있다. 모험을 즐기고 싶은 자는 암석에 조각된 층계를 타고 내려가 거대한 흑요석 플랫폼을 통해 요새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다른 길을 통해 화산의 반대편으로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작열하는 교각을 지나는 당신은 용암의 흐름 위로 구조물을 지탱하는 거대한 아다만티움제 사슬다발과 그것을 붙잡고 있는 드워프 조각상들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Warcraft - Land of Conflict, Blizzard official rule book' 中 일부 본문 발췌.

3.
메인탱커 S : 니, 쿠엘세라라고 아나?
달빛이야기 : 그게 뭐고?

4.
작년 12월 30일 오후 10시경, 와우 플레이포럼의 전사 게시판에는 '드워프여자도이뻐'라는 유저가 쓴 '쿠엘세라란 검은 어느정도 위치였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리플이 달렸다.

「'불타는 성전 이후로 와우를 경험해본 유저입니다. 쿠엘세라라는 검이 있다고는 들어봤지만 직접 본 건 한번인가? 그것도 지나가면서 본 것이 전부입니다(장비 좋으신 전사분이 수도에서 들고 계시더군요). 이 쿠엘세라란 검이 전사님들께 어느정도 위치의 검이였나요?

1. 흔하게 구할 수는 없었지만 대중적인 에픽검
2. 소위 '국민검'이었으나 오래쓰는 검
3. 운이 없는 자는 구하지 못하는 검
4. 눈물과 땀이 서려있고 추억의 상징이었던 검
5. 와우 역사에 길이 남을 검」

'theLionheart'라는 유저는 "오리때는 전사가 아니었지만 3과 4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확장팩에서야 탱킹용 검이 단계별로 주어지고 있지만, 오리때는 쿠엘세라 하나면 최종 던전 낙스마라스까지 탱킹하면서 '귀부인의 자비'로 교체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확팩으로 치자면 일반 70랩 던전 정도의 난이도에서 얻는 검을 검은 사원까지 쓰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오리지날 시기 쿠엘세라의 상징성은 대단했다. 많은 전사들이 소위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던 검이었다.

귀족의 검, 쿠엘세라.

공격력 84-126(공격속도 2.0, 초당 공격력 52.5), 체력 12, 발동 효과는 10초간 방어 숙련도와 방어도가 각각 20, 300만큼 증가. 착용 가능 직업군은 전사와 성기사. 말 그대로 탱킹의, 탱킹에 의한, 탱킹을 위한 검이었다.

그러나 그 명성만큼이나 얻기도 어려운 검이었다. 쿠엘세라는 혈투의 전장(이하 혈장)에서 랜덤하게 드랍되는 아이템인 '플로르의 용사냥 개론'을 얻어야만 검 만들기 퀘스트를 시작할 수가 있었는데, 문제는 이 아이템의 드랍률이 엄청나게 낮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아이템이 획득 시 귀속이 아닌 터라 유저간 거래가 가능했다. 경매장에 올릴 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처음 쿠엘세라가 나왔을 때 전사들과 성기사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고, '용사냥 개론'의 가격은 4000골드에서 5000골드 사이에 거래됐다고 했다. 작업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으로 치자면 2만 골드에 상당하는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5.
그로부터 한달 후.

페랄라스의 숲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폐허는 엘드레탈라스(혈투의 전장), 줄여 혈장이라고 불린다. 위대한 비전술의 보루이자 유적인 엘드레탈라스는 고대 여왕 아즈샤라에게 신뢰받던 비전술사 일족 '셴드랄라'의 후손들이 머무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영원의 샘이 파괴되자 마법에 탐닉하던 이들은 금단 증상에 빠졌고, 보다못한 엘드레탈라스의 왕자 토르텔드린이 수정탑의 거대한 마법진에 악마를 가두어 악마에게서 흡수한 힘으로 성벽 안에 사는 이들의 마법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게 된다. 그러나 점점 엘드레탈라스의 방어력은 약해져갔다. 마침내 엘드레탈라스 일족들은 오우거 왕 고르독에게 침략당해 엘드레탈라스의 일부를 빼았겼고, 악마 종족 사티로스들에게 엘드레탈라스의 다른 한 구역도 내주고 말았다.

거대한 뿌리들이 성곽을 파고든, 이젠 폐허가 된 엘드레탈라스의 입구로 전사 둘이 말을 달렸다. 정확히는 비만 곰과 초과노동에 신음하는 산양이었다. 전사 둘은 당연하게도 공대의 연약한 메인탱커 S와 엘레강스의 대명사 달빛이야기였다. 둘은 혈투의 전장에 있는 도서관에 '플로르의 용 사냥 개론'을 돌려주러 가는 길이었다. 둘 모두 경매장에서 70골에 책을 구매했기에, 금방이라도 검이 손에 들어올 듯 희희낙락했다. 뒤에 어떤 고생이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전사 둘은 유령들과 악마들, 도처에 깔려 있는 오우거 감시병의 눈을 피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힐러가 없었으니까다. 유령 3무리와 돌아다니는 나무들 4무리, 오우거 5무리 정도 애드를 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자. 어쨌든, 책을 돌려주고 그 관리자에게서 들은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 후에도 살아남았다면' 이라는 대목에서 눈물이 났다. 쿠엘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닉시아라는 고대 용의 브레스에 검을 달군 뒤 놈을 죽이고 그 피에 검신을 식혀야 한다는 얘기였다. 오리지날 때 에픽을 얻기 위해서는 참 힘들었겠구나. 드라마틱하기도 하지. 문제는 우리 힐러가 샤트의 친절한 법사님에게서 구걸해 얻은 빵 4덩이라는 점이었다. 요컨대 탱커 S는 버티며 징표를 찍었고, 나는 징표를 때렸다. 반복했다. 무리를 모두 잡으면 앉아서 우걱우걱 빵을 먹었다. 둘은 점점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전투중에는 내가 S를 붕대질해주는 것 말고는 HP를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계속.

덧글

  • allen 2009/08/11 20:50 # 삭제 답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오리지널때 부터 얼마전 3.1패치까지 즐기다 최근 와우를 접었는데 그때 저를 와우에 몰입하게 하던 그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글들이에요.
    앞으로도 쭉 글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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